경제적 능력

2024. 3. 15. 17:35심리학

자원을 제공해 주는 수컷에 대한 암컷의 선호는 아마도 동물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널리 퍼져 있는 배우자 선택 기준의 하나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네게브 사막에 사는 물때까치의 경우를 보자.

번식기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물때까치 수컷은 달팽이 같은 먹이를 비롯해 깃털이나 천 조각처럼 기타 유용한 물건들을 90개에서 120개 정도 주워 모은다. 이들은 이 물건들을 자기 영역 안의 나뭇가지나 다른 뾰족한 곳에다가 찔러 고정한다. 암컷은 주위의 수컷들을 돌아보고 나서 가장 물건을 많이 모은 수컷을 골라 짝짓기한다. 생물학자 루벤 요셉은 한 수컷이 모은 저장물의 일부를 떼어다가 다른 수컷의 저장물에다 옮겨 놓았다. 그러자 암컷들은 인위적으로 더 많은 자원을 소유하게 된 수컷에게로 우르르 몰려갔다고 한다. 암컷들은 자원이 전혀 없는 수컷은 기를 쓰고 피하기 때문에 이런 수컷들은 짝 없이 독신으로 지내야 한다. 요컨대 암컷이 배우자에 대한 선호를 보이는 경우에 수컷이 가진 자원은 종종 가장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인간에서 장기적인 남성 배우자를 고를 때 남성이 가진 자원에 대한 여성의 배우자 선호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첫째, 인간의 진화 역사를 통해서 남자들이 자원을 모으고, 지키고,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둘째로, 남자들이 자원을 구하는 능력과 그 자원을 여자와 자식들에게 투자하려는 의향이 제각기 달라야 했다. 만일 모든 남자가 똑같은 양의 자원을 가졌고 그 자원을 투자할 의향 역시 같았다면, 여자들이 이러한 자질에 대한 선호를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고정불변한 상수는 짝짓기 결정에 무관하다.

셋째, 한 남자에게 머무름으로써 받는 이득이 한꺼번에 여러 남자를 거느림으로써 받는 이득보다 커야 했다. 인간종에서 이러한 전제 조건들은 쉽게 충족된다. 단 두 가지 자원만 들어 본다면, 토지와 도구는 전 세계적으로 남자들이 획득하고, 지키고, 독점하고, 통제하는 자원이다. 각기 소유한 자원의 양도 남자들에 따라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빈털터리 신세인 길거리 부랑자에서부터 엄청난 부를 가진 트럼프나 록펠러 가(家)를 떠올려 보라. 어떤 남자들은 ‘양아치(cad)’여서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으려 애쓰면서 누구에게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어떤 남자들은 ‘아버지(dad)’여서 자기가 가진 모든 자원을 한 여자와 그 자식들에게 쏟아붓는다.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여성은 여러 명의 일시적인 관계 상대를 두는 것보다는 한 명의 남편에게 의지함으로써 자식들에게 투자할 자원을 훨씬 더 많이 얻어 냈을 것이다. 인간 남성이 아내와 자식들에게 투자하는 자원량은 다른 영장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컨대 다른 대다수 영장류에서 수컷들은 자기 배우자와 음식을 나누지 않기 때문에 암컷들은 혼자 힘으로 음식을 구해야 한다. 반면에 인간 남성은 음식을 제공하고, 보금자리를 찾아내며, 영역을 지킨다. 남성은 아이들을 보호해 준다. 아이들에게 사냥하는 방법, 전쟁 기술, 사회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법도 가르쳐 준다. 지위를 물려주어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 다른 이들과 인척 관계를 맺는 것을 돕는다. 이러한 이득들은 여성이 일시적인 관계 상대로부터는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모든 남편감이 이런 이득을 모두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천 세대에 걸쳐서 어떤 남성들은 적어도 그 일부라도 제공할 수 있었으며, 여성은 바로 이런 남성들을 배우자로 선택해서 상당한 진화적 이익을 누렸다.

 

따라서 여성이 자원을 가진 남성에 대한 선호를 발달시킬 첫 단추는 일단 끼워진 셈이다. 하지만 여성은 자기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정말로 자원을 가졌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필요하다. 이러한 단서는 종종 간접적인데, 남자가 장차 높은 사회적 계층으로 올라설지 여부를 알려 주는 성격적 특성과 운동 능력이나 건강 같은 신체적 특성이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얼마나 얻고 있는가 같은 평판에 대한 정보도 하나의 단서가 된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단서는 남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경제적 자원이다. 오늘날 여성들이 보이는 배우자 선호는 오랜 과거의 짝짓기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창이다. 뱀과 높은 곳에 대한 공포가 과거의 위험을 보여 주는 창이 되듯이 말이다. 수십 개의 연구들로부터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현대의 미국 여성들은 남성들과 비교해서 배우자를 선택할 때 이성이 가진 경제적 자원들을 더 중시한다.

 

예를 들어 1939년에 행해진 한 연구는 미국인 남녀를 대상으로 그들이 배우자나 결혼 상대자에게 바라는 18가지 자질들에 대해 ‘상관없음’에서 ‘꼭 필요함’에 이르기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전도유망함을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질로 보지는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1939년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은 배우자의 경제적 전망을 남성들보다 2배나 더 중시했으며, 이 결과는 1956년과 1967년에 행해진 연구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났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일어난 성 혁명도 이 성차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지난 수십 년간 행해진 연구를 되풀이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 1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지를 사용하여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매사추세츠, 미시간, 텍사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남녀가 그들이 결혼 상대자에게서 바라는 18가지 자질들에 대해 평가하였다.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배우자가 지닌 경제적 전망을 남성들보다 거의 2배 정도 더 중시했다. 여성들이 경제적 자원을 특히 중시한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잘 관찰된다. 심리학자인 더글러스 캔 읽고 동료들은 사람들이 결혼 상대자가 지닌 각각의 속성들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지시하는 유용한 방법을 개발하였다. 그들은 남녀 참가자들에게 각 속성에 대하여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백분위수’를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백분위수 개념은 다음과 같은 예로써 설명되었다. “소득 능력에 대해 50번째 백분위수에 위치한 사람은 전체의 50퍼센트보다 더 많이 벌어들이지만, 전체의 49퍼센트보다는 적게 벌어들인다.” 미국 여자 대학생들이 남편의 소득 능력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백분위수는 70번째 백분위수였으며, 다시 말하면 이들은 전체 남성의 70퍼센트보다 소득 능력이 더 높은 남자를 원했다. 이에 반하여 아내의 소득 능력에 대해 남자 대학생들이 용인할 수 있는 최소 백분위수는 겨우 40번째였다.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되는 개인 광고란을 살펴봐도 여성들이 결혼 시장에서 실제로 경제적 재산을 바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배우자를 찾는 1,111개의 개인 광고를 조사한 한 연구에 의하면, 여성들이 낸 광고문에 상대가 경제적으로 풍족하길 바란다는 문안이 삽입되는 빈도는 남성들이 낸 광고문에 비해 거의 11배에 달했다.

 

요약하면 배우자가 지닌 자원에 대한 선호에서 나타나는 성차는 대학생들에게만 한정된 것도 아니며 조사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여성들의 이러한 선호는 미국이나 서구 사회, 혹은 자본주의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우자 선호에 대하여 나와 내 동료들이 실시한 국제 연구는 여성의 배우자 선호가 보편적임을 입증했다. 1984년부터 1989년까지 5년 이상에 걸쳐 6개 대륙과 5개 섬의 37개 문화를 대상으로 우리는 인구 통계학적 특성 및 문화적 특성에서 많은 변이를 보이는 인구 집단들을 면밀히 조사했다. 나이지리아와 잠비아처럼 일부다처제를 실시하는 나라들, 스페인과 캐나다처럼 일부일처제가 일상적인 나라들이 모두 포함되었다. 스웨덴과 핀란드처럼 동거가 정식 결혼만큼이나 흔한 나라들, 불가리아나 그리스처럼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동거가 배척받는 나라들이 모두 포함되었다. 이 연구는 총 1만 47명의 사람을 조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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