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그리고 선택적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 기준

젊음에 대한 선호는 여성의 번식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진화한 남성의 여러 선호 가운데 가장 쉽게 판별이 가능한 한 가지에 불과하다. 진화적 논리를 차근차근 밟다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적인 판단 기준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강력한 예측을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우리의 판단 기준이 다른 조상들이 살았던 사바나 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물, 사냥감, 피난처 등의 요소들을 매우 중시하듯이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여성의 번식 능력을 알려 주는 단서들에 집중된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을지 모르지만, 그 눈과 마음은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의 진화에 의해 형성되었다.

신체적, 행동적 단서들이 여성의 번식 가치에 대해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조상 남성들은 이러한 단서들을 지닌 여성을 선호하게끔 진화하였다. 높은 번식 가치를 암시하는 자질을 별로 선호하지 않은 남성들, 즉 피부도 거칠고 근육에 탄력도 없는 데다가 머릿결도 푸석푸석한 여성을 선호한 남성들은 더 적은 수의 자식들을 남겼을 테고, 따라서 진화 과정에서 점차 축출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여성의 건강과 젊음을 입증해 주는 가시적인 증거로서 두 가지에 기댈 수 있었다. 우선 도톰한 입술, 깨끗한 피부, 부드러운 살결, 맑은 눈,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 탄력 있는 근육 등과 같은 신체적인 외양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증거로서 밝고 경쾌한 걸음걸이, 생기 넘치는 얼굴 표정, 충만한 에너지 같은 행동적 특질이 있다. 젊음과 건강이 번식 능력에 대한 이러한 신체적 단서들이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남성의 판단 기준을 이룬다.

젊음에 대한 단서는 여성의 매력을 평가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남녀 모두에게 나이가 서로 다른 여성들의 사진들을 평가하도록 한 실험에서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외모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력 지수가 떨어지는 현상은 판단하는 사람의 나이나 성에 관계없이 관찰되었다. 다만 사진 속 여성의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남성이 여성의 얼굴에 대해 평가하는 점수는 여성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 급격히 하락했다. 이로부터 남성들이 여성의 나이를 번식 능력의 단서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다수 전통적인 심리학 이론들은 매력의 판단 기준은 문화적 전달을 통해 점진적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적어도 3~4살이 될 때까지는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심리학자 주디스 랑글루아와 동료들은 얼굴 모습에 대한 유아의 반응을 연구하여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엎었다. 그들은 어른 참여자들에게 백인과 흑인 여성의 얼굴을 담은 컬러 슬라이드를 보여 준 다음 그 매력도를 평가하게끔 했다. 그러고 나서 2~3개월 된 유아들과 6~8개월 된 유아들에게 어른들에 의해 매력도가 다르게 평가된 한 쌍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그 결과, 개월 수에 상관없이 유아들은 모두 매력적인 얼굴을 좀 더 오래 쳐다보았으며, 이는 미(美)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아주 어릴 때부터 출현함을 암시한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12개월 된 유아들이 매력적이지 못한 가면을 쓴 낯선 사람과 어울릴 때보다 매력적인 가면을 쓴 낯선 사람과 어울릴 때 더 즐거워하고, 놀이에 더 몰입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거부 반응을 덜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 번째 연구에서는 12개월 된 유아들이 못생긴 인형보다 매력적인 인형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더 오래 갖고 논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에 대한 이러한 기준이 출현하는 데에는 어떤 훈련도 필요한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증거들은 매력에 대한 사고가 현시대의 문화적 기준에 점차 노출됨에 따라 후천적으로 습득된다는 통념에 강한 반론을 제기한다.

 

왜 대칭적인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여겨지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자 스티브 갱지스태드와 생물학자 랜디 손힐은 얼굴 및 신체의 대칭성과 매력도 사이의 연관 관계를 조사하였다.발달 과정에서 받는 환경적 악영향으로 신체 각 부분은 비대칭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이러한 악영향에는 상처나 기타 다른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서식하는 기생체도 포함된다. 기생체가 신체적 비대칭을 초래하기 때문에 비대칭의 정도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알려 주는 단서로 쓰일 뿐만 아니라, 발달 과정에서 각종 스트레스성 요인에 얼마나 방해받았는가에 대한 척도로도 쓰일 수 있다. 예컨대 밑들이와 제비에서 수컷들은 대칭적인 암컷을 선호하고 비대칭적인 암컷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인간 종에서도 마찬가지다. 갱지스태드와 손힐은 연구 참여자들의 발의 폭, 손의 폭, 귀의 폭, 귀의 길이 등등을 측정한 다음, 그와 별도로 그들의 매력 정도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덜 대칭적인 사람이 덜 매력적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의 비대칭도는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늙은 사람의 얼굴은 젊은 사람의 얼굴보다 훨씬 더 비대칭적이므로, 대칭도는 젊음을 알려 주는 또 다른 단서가 된다. 이러한 실험적 증거들은 건강에 대한 단서와 젊음에 대한 단서 모두 매력의 판단 기준을 이룬다는, 그리고 그 판단 기준은 생애 아주 초기부터 생겨난다는 진화 이론을 다시 한번 확증시켜 준다.

문화에 따라 가장 변이가 심한 미의 기준은 통통한 혹은 날씬한 몸매에 대한 선호인 것 같다. 이러한 신체적 변이는 몸매를 통해 알 수 있는 사회적 지위와 연관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부시먼처럼 음식이 귀한 문화에서는 통통한 몸매가 부, 건강, 그리고 발달상 적절한 영양 섭취를 의미한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처럼 음식이 비교적 풍부한 문화에서는 통통한 몸매와 사회적 지위 관계가 역전되어 부유한 사람들은 마른 몸매를 유지하여 자신을 남들과 구별 지으려 한다.남성들이 특정 양의 체지방 자체에 대한 선호를 진화시키지는 않은 듯하다. 그보다는 지위와 연관되는 신체적 특질에 대한 선호가 진화했다. 어떤 특질이 지위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문화에 따라 체계적으로 변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선호를 발현시키는 데 의식적인 계산이나 의식은 필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