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2024. 3. 19. 14:20심리학

서로에게 계속 헌신하는 부부는 크나큰 이득을 얻는다. 이 특별한 동맹을 통해 각종 기술이나 솜씨를 서로 보완해 주는 동료를 얻고, 자원을 공유하고, 공동의 적에 대한 협력 진지를 구축하고, 아이를 기르는 데 필요한 안정된 가정환경을 마련하고, 혈연 그물망을 더 넓힐 수 있다. 이러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일단 획득한 배우자를 계속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살지 못하고 헤어지는 부부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양쪽 집안의 유대는 산산이 깨어진다. 중요한 자원들을 잃는다. 아이들은 안정된 가정환경을 상실한다. 장기적인 배우자를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그를 선택하고, 유혹하고, 구애하고, 헌신하는 데 썼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어 버림을 뜻한다. 아내의 배신을 막지 못한 남편은 자식을 생산하는 능력과 그 자식들에 대한 모성 투자(maternal investment)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 남편을 지키지 못한 아내는 남편의 자원과 보호, 그리고 부성 투자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배우자를 지키지 못한 사람은 배우자와 함께하는 동안 다른 이성과 짝짓기할 기회를 포기해 버렸다는 의미에서 손실을 본다.



모든 문화권에서 이혼이 보편적이며 특히 서구 사회에서는 이혼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속 함께 산다는 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일도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경쟁자들은 주변을 배회하며 부부 중의 한 사람을 유혹해서 빼내 갈 기회만 노리고 있다. 어떤 배우자는 약속한 혜택을 제공해 주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배우자는 점점 감당하기 힘든 손실만 계속 끼친다. 부부의 주변에는 이해관계나 시각이 첨예하게 다르고 부부 사이의 결속을 느슨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늘 있다. 성공적이고 굳건한 결합을 보장하게끔 진화적으로 설계된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문제는 한순간에 깨지기 쉬운 불안한 것이 된다. 배우자를 지키는 전술은 동물의 짝짓기 체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성적 질투의 기능



자식들에게 투자할 때마다 남성은 항상 부성 불확실성이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이 문제는 암컷의 체내에서 수정과 임신이 일어나는 종이라면 어디서건 일어나며, 특히 자식들이 태어난 뒤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는 종에서는 더욱더 심각하다. 다른 포유류 수컷들과 비교할 때 인간 남성은 자식들에게 엄청난 투자를 한다. 따라서 오쟁이를 지는 일은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남성이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심각한 적응적 문제였다. 이 문제가 동물계에서도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단서 하나는 포유류에게서는 수컷이 자식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투자하는 종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 친척인 침팬지 수컷은 다른 적대적인 집단들로부터 무리를 방어할지언정 자식에게는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는다. 부성에 대한 확실성이 없는데도 자식에게 투자한 인간 남성은 이중으로 손해를 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조상 남성이 자연선택 되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즉 자식에게 바치는 부모로서 노력이 수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노력이 실은 아내와 내연 관계에 있던 남성의 유전적 자식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갔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포유류 수컷이 자식에게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대다수 포유류 수컷이 부성을 지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인간 남성이 자식에게 많은 투자를 한다는 사실은 우리 조상들이 부성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하고 오쟁이를 질 가능성을 낮춰 주는 심리 기제를 진화시켰음을 시사하는 간접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성적 질투가 발현되는 다양한 경우를 조사한 연구들은 질투가 바로 그 심리 기제라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성적 질투는 두 사람의 성적인 관계에 대한 위협을 감지함으로써 촉발되는 감정으로 이루어진다. 위협을 감지하면 이 위협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도록 설계된 행동이 유발된다. 이러한 행동에는 배우자를 감시하여 혼외정사의 흔적을 찾아내는 기능을 하는 경계로부터 외도한 흔적을 들킨 배우자나 연적에 큰 손실을 입히는 폭력 등이 있다. 성적 질투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배우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낌새를 발견했을 때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시시덕대는 것과 같이 외도의 낌새를 드러낼 때 촉발된다. 이러한 낌새에 의해 유발되는 분노, 슬픔, 굴욕감 등은 대개 연적이 더 이상 허튼짓을 못하게 하거나 배우자의 외도를 막게끔 하는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질투의 결과



인간사에서 남성의 성적 질투는 사소한 감정도 말초적인 감정도 아니다. 질투는 때때로 너무나 강렬해서 외도한 배우자나 내연 관계의 남성을 죽이기까지 한다.

남성의 성적 질투는 아내를 구타하거나 살해하는 등 아내에게 가해지는 폭력 사건의 가장 빈번한 원인이다. 피난 시설을 찾은 매 맞는 아내 44명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55퍼센트의 여성이 남편의 질투 때문에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성적 질투는 또한 살해의 주요 동기이다. 아프리카의 영연방 보호령인 티브, 소가, 기수 니요로, 루위아, 루오 족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70건의 살인 사건 가운데 46퍼센트가 간통, 아내의 남편 유기, 남편과의 성관계 거부와 같이 명시적으로 성적인 문제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여성에 의해 저질러지는 살인 사건 또한 상당수가 남성의 성적 질투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경우 여성은 남편의 분노, 위협, 그리고 학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다. 질투심에 찬 남편으로 인해 촉발된 44건의 살인 사건 중에 16명의 여성이 실제로 부정을 저질렀거나 혹은 그랬으리라는 의심 때문에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17명의 내연남이 분노한 남편에게 살해당했으며, 9명의 남편이 부정을 저지른 아내를 강하게 추궁하다가 아내의 반격으로 살해당했다.



부정을 방지하고 부성을 확보한다는 질투의 적응적 기능은 아내를 살해한다는 외관상 부적응적인 행동과 그다지 잘 들어맞아 보이지 않는다. 아내라는 핵심적인 번식 자원을 파괴하면 자신의 번식 성공도도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부정을 저지른 아내의 절대다수가 남편에게 살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내를 실제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살해 행동은 질투 기제가 잘못 미끄러져 생긴 예기치 않은 실수로 볼 수 있다. 즉 폭력적인 질투가 너무 심하게 진행되어 병적인 수준으로까지 치달아 돌발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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