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화합

2024. 5. 28. 13:54심리학

남녀의 화합

 

인간 성 전략의 핵심 메시지는 짝짓기 행동이 엄청나게 유연하며 사회적 맥락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진화의 오랜 역사를 거쳐 설계된 우리의 복잡한 심리 기제 덕분에 우리는 짝짓기의 적응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통성 있는 일련의 행동 레퍼토리를 장착하고 있다. 이들 레퍼토리를 사용하여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각각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우리의 짝짓기 결정을 변형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이라는 문제에서 어떤 행동도 불가피하거나 유전적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다. 외도도 일부일처제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성적 폭력이나 성적 평정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질투심에 따른 배우자 호위도 성적 무관심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남성은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도를 할 숙명을 타고나지 않았다. 여성은 헌신을 하려 하지 않는 남성을 조롱할 숙명을 타고나지 않았다. 우리는 진화가 명한 성 역할에 속박된 노예가 아니다. 각각의 짝짓기 전략을 초래하는 조건들을 잘 이해함으로써 어떤 전략을 작동시키고 어떤 전략을 휴지 상태로 둘지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왜 성 전략이 발달했으며 이들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게끔 설계되었는지 이해한다면 인간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얻을 수 있다. 마치 생리 기제의 적응적 기능을 이해하면 생리적 현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듯이 말이다. 예를 들어 피부의 특정 부위에 반복적으로 마찰이 가해지면 굳은살을 발달시키는 생리 기제가 우리 인간에서 진화했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가 그 부위에 굳은살을 발달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한 마찰을 피한다면 우리는 굳은살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질투가 남성에게는 부성을 보호해 주고 여성에게는 배우자의 헌신을 지켜 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성적 부정이나 감정적 부정을 의미하는 단서들과 같이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적 조건들에 자연히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마찰을 최소화하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듯이 우리는 원론적으로 질투심의 촉발을 최소화하는 애정 관계 또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책 전체를 통해서 나는 성 행동의 이론을 세우기 위해 인간 짝짓기에 대한 실증적 연구들을 핵심 자료로서 활용했다. 필요하다면 추측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모든 논의는 이미 알려진 증거에 기반하여 이루어졌다. 이제 이러한 증거들이 넓게는 사회적 상호 작용에, 좁게는 남녀 사이의 관계에 던지는 광범위한 함의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남녀의 차이

남녀 관계에 대한 통찰은 반드시 성적 동일성과 성적 차이의 수수께끼를 꿰뚫어야 한다. 남녀 모두 진화 역사상 많은 동일한 문제들에 직면했기 때문에 많은 적응적 해결책을 공유한다. 남녀 모두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몸을 벌벌 떤다. 남녀 모두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고를 때는 상대의 지능과 신뢰성을 매우 중시한다. 남녀 모두 협동심이 강하고, 믿을 수 있고, 충실한 배우자를 원한다. 남녀 모두 자신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끼칠 사람을 배우자로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한 종에 속한 개체들이며, 남녀 공히 지니고 있는 심리적, 생물학적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남녀 간의 조화를 이룩하는 첫걸음이다.

남녀가 공유하는 적응들을 배경으로 성차는 뚜렷이 도드라져 있으며 이는 설명을 필요로 한다. 남녀의 짝짓기 심리는 서로 다르며, 특히 그들이 진화 과정에서 풀어야 했던 적응적 문제가 상이했던 영역에서 그렇다. 우리의 조상 여성은 아이들에게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기 때문에 젖을 물리는 가슴을 소유하게 된 쪽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수정이 여성의 체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의 조상 남성은 자신의 부성이 불확실하다는 번식적 문제에 직면했다. 그 결과, 남성은 성적으로 충실한 배우자에 대한 특별한 선호, 성적 부정에 초점을 맞추는 질투 심리, 그리고 오쟁이를 졌을 경우 헌신을 철회해 버리는 성향 등을 진화시켰으며 이들 모두는 여성의 적응적 기제와 매우 다르다.

이러한 성차 가운데 어떤 것들은 불쾌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여성은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거나, 젊음이나 아름다움처럼 주로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속성들에 의해 자신의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남성은 출세의 대상으로 취급받거나, 지갑이 두툼한 정도나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이 차지한 지위에 의해 자신의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망에 이끌려 성적 부정을 저지르는 남성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감정적인 친밀함에 대한 욕망에 이끌려 다른 남성과 정사를 갖는 여성의 남편으로 산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이성이 배우자에게서 바라는 자질을 갖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 가치가 낮게 매겨지는 것은 남녀 모두에게 고통스럽다.

전통적인 사회과학에서 흔히 가정하듯이 남성과 여성이 심리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우리의 진화된 성 심리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지식에 역행하는 것이다. 각각의 성이 바람직한 이성 배우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발휘되는 성선택의 영향력을 감안해 볼 때, 수백만 년 동안 서로 다른 번식적 문제에 직면해야 했던 짝짓기의 측면에서 남녀의 심리가 동일하다고 밝혀진다면 참으로 놀라운 일일 것이다. 오늘날 배우자에 대한 남녀의 선호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쪽에서는 젊음과 신체적 외모를, 다른 쪽에서는 지위, 성숙함, 그리고 경제적 자원을 선호한다. 남녀는 또한 감정적 교류 없이 하룻밤 정사를 즐기려는 성향,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망, 성적 판타지의 속성 등에서 서로 다르다. 각자 추구하는 성 행동을 가로막을 수 있는 간섭의 종류도 남녀에 따라 서로 다르며, 따라서 남녀에게 분노나 질투 같은 격한 감정을 터뜨릴 수 있는 사건의 종류도 서로 다르다. 남성과 여성은 배우자를 유혹하고, 지키고, 교체하는 전술도 서로 다르다. 이러한 성차들은 진화된 우리 자신들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그들이 남녀 관계를 지배한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성차를 맹렬히 비난하며, 그 같은 성차가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거나 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부정하거나 소망한다고 해서 심리적인 성차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부정하거나 소망한다 해서 수염의 성장이나 젖가슴의 발달이 멈추지 않듯이 말이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는 이러한 부정을 쓸어버리고 남녀의 서로 다른 욕망에 정정당당하게 맞서야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다.

 

나의 의견:

이 글은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인간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남녀의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인간 관계의 향상뿐만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행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남녀의 화합은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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